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 ‘디스턴싱’이 우울과 불안에 미치는 효과: 후향적 파일럿 분석

** 본 분석은 본격적인 연구 이전 디스턴싱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디스턴싱 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연구로 동료평가에 기반해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요약

본 분석은 가이드형 자기 도움(Guided self-help) 방식을 통해 우울∙불안을 관리하는 디스턴싱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후향적 파일럿 연구다. 분석 결과, 임상적인 수준의 우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집단(n=49), 임상적인 수준의 불안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집단(n=43)에서 디스턴싱 시작 후 PHQ-9 우울 점수가 34%, GAD-7 불안 점수가 40% 감소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본 분석은 자체적으로 시행하여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닌 후향적 파일럿 분석이므로, 향후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디스턴싱의 효과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도입

정신건강서비스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국내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 서비스 1년 이용률은 12.1%에 불과하다. 이는 캐나다(46.5%), 미국(43.1%), 일본(20%)과 비교해 보면 매우 저조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낮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접근성, 비용, 효과. 첫째로, 접근성에는 물리적 접근성과 심리적 접근성이 있다. 미국과 같이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는 물리적 접근성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심리적 접근성이 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접근성의 문제 중에서는 스티그마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편 비용 문제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심리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국가가 심리상담을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맞아야 하고, 조건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최대 8회기까지만 지원이 되기 때문에,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케어는 사실상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효과 또한 낮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심리치료의 경우, 자신과 잘 맞는 상담사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치료 이탈률은 높이진다. 특히 치료자는 모두 각각의 배경과 전문 분야, 더 나아가 선호하는 심리치료 이론이 다 다르므로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한 개인에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치료자를 고르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한편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가이드형 자기 도움(Guided self-help) 프로그램이 널리 시도되고 있다.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도움에 따라 제공되는 정해진 활동들을 해나가며 스스로 건강 문제를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방식이 우울, 불안, 비만 등 다양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다는 보고가 늘고 있으며, 특히 경증∙중등도 수준의 우울, 불안 문제에 있어서는 가이드형 자기 도움의 방식이 대면 심리치료와 치료 효과가 동등한 수준이라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반면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은 치료자의 업무 효율을 증진시키고, 치료자의 소진을 막으며, 동시에 이용자 입장에서 보다 저렴하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의 비용-효과성을 고려하여, 해당 방식이 경증∙중등도 수준의 우울, 불안 문제에 있어 1차적인 치료 접근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특히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는 2022년에 발표한 우울증 치료의 가이드라인에서 경증∙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에 있어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을 1차 치료 선택지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가이드형 자기 도움 방식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적극적으로 시도된 방법이기에 해당 방법에 적합한 치료 이론이나 프로그램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며,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진행되지 않은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두되는 LLM(Large Language Model)은 가이드형 자기 도움 방식의 비용-효과성을 더욱 더 극대화하고, 치료자의 효율을 높이며, 보다 균질하고 초개인화된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시도는 진행된 바가 없다.

이에 우리는 보다 비용-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잠재성을 분석하였다. 디스턴싱(distancing)은 우울∙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인지행동치료(CBT, CT-R), 수용전념치료(ACT), 마음챙김기반인지치료(MBCT), 자비중심치료(CFT), 행동활성화(BA), 변증법적행동치료(DBT), 심리도식치료(ST), 합리적정서행동치료(REBT) 중에서 탈중심화(decentering)와 행동주의적 접근을 토대로 치료의 공통 요소들을 분리하였고, 해당 요소들을 기반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되는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에 맞게 이론을 재구성하여 디스턴싱이라는 이름의 가이드형 자기 도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본 분석의 목적은 우울, 불안 문제를 위한 가이드형 자기 도움 방식으로서 디스턴싱이 치료적, 실용적 잠재성이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분석은 프로그램의 결과를 후향적으로 확인하여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가능성을 타진하는 후향적 파일럿 분석으로 진행되었다.